2018년 2월 5일 20시 46분 황금개띠 강아지시간에​3.75kg 53cm 건강한 남아, 달이 우리에게로 왔다.🌝

예정일 전날 이었다. 새벽 두시에 잠깐 화장실에 갔을 때 이슬이 비쳤음에도 불구하고 가진통 하나 없이 잠잠했다. 여러 출산후기를 정독하며 출산을 준비하고 있던 우리는 이슬이 비추어도 개인차가 있으니 이제 자연진통만을 기다리면 된다고 기뻐하고 있었다.
종일 자꾸 양수가 묻어나는 건지 소변이 새는 건지 모르는 증상이 있었는데 확실치 않았다. 전날 사랑니 2개를 빼고 온 신랑은 치통으로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고, 일요일 저녁에 편한 마음으로 자고 싶었다.
밤 7시, 이가 아픈 신랑은 두유 한 잔 나는 토이몽이가 사온 치즈케이크를 먹고 더 찝찝하기 전에 확인만 하고 오자, 하고 병원으로 나섰다. 그 길로 입원이었다. 편히 잠들고 싶어 나온 거였는데 입원이라니, 출산이라니..! (딱 예정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황스러웠다.
생각해보니 예정일 근처에 사랑니 발치 예약을 잡은 우리가 어리석었다.😂

양수검사를 하고 무통관 삽입과 항생제 주사를 맞고 이런 저런 입원절차를 설명 듣고 병실로 올라오니 9시. 12시 이후에 금식이라는 소리에 신랑은 출산가방을 가지러 집으로.(정말 입원일 줄 몰라서 이것도 놓고왔었다.)
치즈김밥과 참치김밥, 그리고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서 돌아왔다. 산모요가 시간과 부부출산교실에서 진통이 올 때는 가만히 누워있지말고 중력을 이용하라는 조언을 수차례 들었던 터라 자연진통이 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슈가맨2를 보며 서서 걷기 앉아 있기를 했지만 무통관을 넣은 허리가 불편하고 뻐근한 것 외에 다음날 아침이 밝도록 진통은 없었다. (무통관이 문제였을까)

새벽 여섯시 반, 가족분만실로 이동하여 태동검사기를 달고 촉진제를 투여하였다. 진통그래프와 태아의 심박수를 확인하는 그래프가 동시에 그려졌다. 진통 그래 프의 시작은 0부터 99이상은 표시가 되지 않는다. 태아의 심박수는 120-160사이에 있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여 아이의 심박수 그래프를 한참 보고 있었다. 유도분만은 촉진제와 태동검사기를 달고 있기 때문에 미리 배워둔 진통이 올 때 분만을 빠르게 할 수 있는 어떠한 운동도 할 수 없었다. 자연진통이 아닌 것이 어찌나 아쉽던지. 그리고 한 시간마다 진행된 지긋지긋한 내진. “달아, 우리를 도와주시는거야 빨리 만나자.”를 속으로 수 없이 외며 참았지만 정말 너무 지긋지긋했다. 너덜너덜해졌다. 진통 8시간 정도에 4cm가 열렸다고 했다. 지난밤 무통관 삽입 후부터 시작된 허리통증이 너무 심해 무통을 낳아달라고 했지만 진통이 규칙적이지 않아 조금 후에 놓아준다고 했다. 진통 10시간이 되어 5cm가 되었고 다시 무통을 놓아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번에도 진통이 규칙적이지 않다고 조금 후에 놓아준다고 했다. 진통 12시간, 아직도 5cm 두 시간동안 1도 늘어나지 않고 정체중. 진짜 못참겠다고 했더니 이제서야 무통을 놓아주었는데 주사맞는 시간이 늦었던건지 내 몸이 문제인지 무통약이 듣질 않았다. 무통천국은 없다는 것 까지 확인을 하니 더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배보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고통에 심지어 담당의는 자궁경부가 굳어가고 있다고 제왕절개를 권했다. 신랑에게 더 이상 못 하겠다고 수술하고 싶다고 했다. 괜히 아픈 모습 보이기싫어 오지말라고 했던 친정식구들이 마침 병원에 도착했고, 가족들의 동의하에 수술실로 들어갔다. 수술은 한시간 가량 진행되었다고 한다. 무통약이 안 든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마취를 위해 다시 무허리에 무통관을 꼽고 하반신마취가 되자 아이얼굴을 보고 잠들겠냐고 물어서 그렇게 하겠다고 이야기를 하였지만 그 후로 바로 정신을 잃었다. 모든 처치가 끝난 후 달이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낳자마자 뜨거운 몸뚱이를 제일 먼저 가슴에 안아보지 못했다는 서러움이 밀려왔다.
진통 13시간동안 자궁경부를 부드럽게 해 주는 주사를 세 차례나 맞았고 촉진제 투여 시간이 길어지니 태아의 심박수가 180 이상 올라가게 되어 촉진제 투여를 중단하기도 했다. 달이에게도 쉽지 않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자연분만 신드롬. 출산 전까지 자연분만에 대한 장점을 수도 없이 들었다. 자연분만을 하지 않은 엄마는 참을성이 부족하거나 모성애가 부족한 것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물론 나도 혹여나 부정탈까 제왕절개후기는 하나도 읽지 않은 고지식한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고, 어쩔 수 없이 수술을 하였지만 그렇다고 아이를 아끼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수술실 밖에서 나를 기다리며 친정엄마는 출산을 기다리는 다른 가족들을 만났다고 한다. 병원 신생아실에서 아이 면회를 기다리며 다시 만난 그 가족을은 우리 엄마에게 “우리애는 자연분만 했어요~”라며 자랑을 했다. 모난 내 마음은 “그래서 어쩌라고!!!”를 속으로 외쳤지만, 엄마는 그들에게 활짝 웃으며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넸다. 마음은 늘 너그럽게 엄마처럼. 착하게 살아야지.

자연분만이든 유도분만이든 제왕절개이든 어떠랴.
우리 아들이 이렇게 건강하게 우리에게 왔는데.

달아, 우리에게 와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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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꾸준히 올라오던 글이 뜸했죠.

18년 2월 5일 20시 48분
달이가 왔습니다.

달이 머리가 쪼금 아주 쪼오금
커다란 관계로
제왕절개로 태어났어요.
달맘은 거의 24시간 진통하며 참았는데
더이상은 위험하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지요.

달이는 3.75킬로 58센티
아주 건장합니다.
벌써 그 병원 신생아실은 평정했구요.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벌써 고개를 돌려요.
아무래도 제 조카는 천재인가봐요.

오늘 찍힌 동영상에는
달이가 응~응~하고 대답을 하길래
"우리 달이 말 해!! 천재인가봐!!"
했더니
달맘이 "응. 그거 나야."하더군요.
(넘치는 이모 마음이 만든 환상)

...
당분간은 이모가 혼자 쓰는 육아블로그라
계속 무엇인가(특히 알코올) 먹는 이야기로
엉망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음 그렇다면 제대로 엉망으로 만들겠어ㅋㅋ)

달맘은 몸조리 잘 하고 곧 컴백할 듯 하고요.
저는 열심히 먹고 마시면서
달이한테 헤어나지 못하겠다는 이야기를 올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달아, 와줘서 정말 고마워.
우리 앞으로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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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4시간
월화수목금금금
일년 365일
그럭저럭 어느 정도 이렇게 저렇게
지내던 그런 날들이 지나가고

달이가 왔습니다.

토끼라고 불리우는 이모는
(그래서 토이몽이)
이것만이 내 세상인 줄 알았다가
달이로부터 어퍼컷을 맞았습니다.
저도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이전과는 좀 다른 글을 쓸 것 같습니다.
조금은 다른 다양한 관심사들이 생겨버렸습니다.

아마 다른 육아블로그와는 다르게
그다지 유익하거나 유용하지는 못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양육자가 아니라서...

아직 많이 못 벗어난 내 세상이지만
달이와 함께 한 걸음 더 들어가보려고 합니다.

달이엄마는 아마 짐작도 못할 정도로
지금과는 다른 세상이 시작되겠죠.
(이런 문체가 가능한 건 토이몽이가 적고 있기 때문입니다.)

뭐여튼 인류에게 위대한 도약이라는
달착륙과는 결이 다르겠지만

분명 우리에게 위대한 도약인
작은 걸음들을 기록하고자 합니다.

이 블로그는
달이의 작은 한 걸음 한 걸음을
이모와 엄마가 지켜보며 적는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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