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연휴를 이용해 대만을 다녀왔다.
연차를 사용하면 더 싼 가격에 다녀올 수 있는 것 같지만 하루 일당을 생각해보면
그 돈이 그 돈.
눈치라도 안 볼 수 있다면 이게 이득이지 하면서 덥석 금요일 밤 비행기를 선택.
10시35분 비행기라
집에서 달이 엄마가 준 마약김밥을 먹었는데
공항에 도착하니 한 것도 없이 허전함...
그래서 치맥을 먹었다...

다급해서 사진도 없음.
그래 다른 건 다 있겠지만 치맥은 없지.

500 한 잔 하시고 분위기 있어지신 달이할비.
저녁 비행이라 연휴 공항 임에도 사람도 없고 한산했다.

이번 여행에서 스쿠트항공을 이용했다.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여행이라 걱정했는데 좌석과 좌석사이도 비교적 넓고(비교적이 중요)
한국인 승무원도 동승해
편안했다.

다만 기내식을 드실 계획이라면
미달러나 한화 아니면 지불이 가능한 카드를 소지해야한다.(아멕스카드가 안된다고 하는 포스팅을 나도 어디서 봤다.)
미리 찾아보기도 했으면서
생각없이 사용할 돈을 모두 타이완달러로 환전해버렸다.
카드는 있었지만 수수료를 확인 안 해 머뭇거리는 사이 아빠는 조금 삐쳤다.
공짜가 아니면 기내식 안 먹겠다고 해서
그래 그럼 먹지말자 하고
잠들었더니 아빠는 진짜 삐쳤다.
달래느라 이후 여행은 먹고 또 먹고 컨셉으로 확정.
(먹방 포스팅을 원하시는 분은 다음 포스팅  참고. 아마도 나온긴 나올걸요?)

저녁비행기 진짜 피곤했다.
늦은 비행에 만족한 점도 있었지만
공항철도도 끊기고 도시전반이 어두워서 생각보다 힘들었다.
택시도 잠깐 고민했었지만(사람 수가 셋이라)
작년에 대만을 찾았을 때 택시기사님이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아 고생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구글맵으로 보여주고 번역기로 번역도 해보다가 결국 주머니에 있었던 게스트하우스명함으로 소통했다.
십분도 안 걸리는 짧은 거리였지만 알고 있던 모든 신에게 기도드릴 수 있었다는...

그래서 이번엔 무조건 안내가 많은 대중교통.
국광버스를 이용했다.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왼쪽이었나 오른쪽이었나
손잡이 아래에 있으니(잘 안 보인다) 주의깊게 관찰하시길.

아 그리고 국광버스 이지카드로 탈 수 있다.
하루는 버스투어가 예정되어 있었고
그 다음날은 타이페이101타워 정도.
정리하자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데 이지카드 또는 교통패스를 구입하는게 유리한가 고민했다는 소리.
여러 포스팅을 찾아봤는데 국광버스를 이지카드로 이용했다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일단 공항에서 국광버스티켓을 사서 숙소로 가려고 했는데 찾기 쉽다는 국광버스매표소를 못찾았다.
그런데 희한하게 자동발매기를 찾았다ㅋㅋ
국광버스를 타는 승강장 앞.
다들 이지카드 구입한다는 타이페이공항의 그 편의점을 등지고 정면에 있다.
자동발매기에서 이지카드로 결제가 가능했다.(나중에 돌아올 때 영어 가능한 기사님에게 여쭤보니 우리나라와 같이 카드 터치기에 터치하면 금액을 지불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돌아올 땐 간단하게 터치로 끝!
결국 자동발매기를 이용할 필요도 없었다는 소리. 바뀐지 얼마 안된 듯 하다. 아니면 승강장에 그런 발매기가 설치 되어있을까?)
어쨌든 자동발매기가 한국어 지원함.
이미 지친 엄빠는 길치 딸 덕분에 이쪽저쪽 많이 걸어다니셨는데
일이 의외로 간단히 풀리니 어이없어 하셨다.
민망해서 사진은 못찍었어요.(그 정도로 당황함)

다른 여러가지 방법으로 이동할 수 있겠지만
이지카드를 강력 추천하고 싶다.(급 이지카드홍보대사)
이지카드 구입하는 비용?보증금 100은 환급이 안되고
충전한 남은 돈을 전부 다 돌려받지 못하지만.(수수료가 몇 퍼센트 있었던 거 같은데 확실하게는 모르겠다.)

목적지를 미리 자동발매기로 눌러보고
그만큼만 충전하면 되고
구매에 한 번만 신경쓰면 그 다음부턴 편하다.
또 조금 돈이 남더라도
주변에 누가 대만여행 간다고 할 때 선물로 주면 된다.
그 어떤 기념품보다 환영받는다.

아... 여행기였는데 이지카드 칭송글로...

늦은 시간 도착이 너무 걱정되서
이번 숙소의 주요 고려점은
국광버스정류장과 가까울 것
늦은 체크인이 가능한 곳이었다.

그렇게 찾은 코스모스호텔.

방 안에서 타이페이메인역이 보일 정도다.
위치는 정말 좋았다.
국광버스에서 내려 열 걸음 정도 걸었나.
구글맵에서 계속 도착지라고 찍혀있는데 못찾아 한 참 방황.. 엄빠를 고생시켰지만...(미이이이안)
정말 그 앞에서 어디지 어디지 왔다갔다했다는 사실에 더 큰 충격.
작은 위안은 큰 간판이 꺼져있고 작은 글씨로 코스모스호텔이라고 쓰여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러니 못찾지 하면서 큰 소리쳤지만
숙소 들어가서 이불킥예정이다.
늦게 도착하시는 분은 참고하시길.

내부는 셀프인테리어 포스팅 비포처럼 생겼지만 많은 기대가 없어서 그랬나
나쁘지 않았다.
트리플베드가 방을 꽉 매우고 있었지만
(사진을 또 안 찍었...)
바깥에서 계속 활동하고
숙소에서는 잠만 자서
별다른 불편이 없었다.
핑계김에 침대에 누워서 술 마시고
집이라면 절대 못할 일을 함(엄마한테 등짝 맞는다 그런데 등짝 때릴 사람도 누워있넹)
행복^-^

뭐 여튼 시작은 이동이다!
대만으로 움직인 것으로 이 날은 마무리
달이가 조리원에 있는 동안
달이할미 할비와 힙한 서촌으로 여행을 떠났다.
이제 달이와 함께 하려면 이런 여행은 힘들어질테니 이번이 마지막이다!!싶었다.
달이엄마는 조리원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라 미안하긴 했다.(미안한 표정을 짓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웃으며 달이엄마가 '쪼금만 재미있어라!'하고 저주같은 기원을 했는데 끔찍하게도 현실이 되어 버렸다ㅠ

여행 자체는 즐거웠다.
문제는 숙소.

집 나가면 고생이라더니
집 없는 설움이 바로 이것이구나 바로 체감.

이쯤에서 사진이 나와야 할 것 같아서.
사진은 숙소로 들어서는 골목길 전경.
(이 글은 백퍼 홍보의 목적으로 쓰여지지
않았기에 그 건물 전경사진은 다른 블로그에서 보시길)

사실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간절함에
달이할미랑 할비 그리고 나도
이거저거 하고 싶은게 많았다.

사정을 말하고 숙소에 짐을 부탁해 아침 일찍부터 일정을 소화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러니까 일정 삼일 전,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었었다.
사장님은 처음엔 스탭한테 말해볼텐데 스탭이 요즘 오전에 배우는 것이 있어서 안 될 것 같다고 하셨다.(생각해보니 이때부터 스탭핑계)
혹시 모르니 일단 문자로 스탭번호를 알려줄테니 직접 말해보라고 했다.(이 때 이상하다는 걸 알아챘어야 한다. 아니면 아닌거지 왜 게스트가 스탭한테 전화를 걸어서 어떠한 요구를 한단 말인가. 그러면 스탭은 업무시간이 아닌 시간에 나를 일대일로 응대해야하는거다)
더 웃긴 건 삼일 후 체크인 할 때까지 알려주겠다던 스탭번호도 오지 않았다.
안 된다고 하면 지하철역 코인라커 이용하지 뭐 하는 생각으로 12시반쯤 찾아갔다.

스탭은 너무나 흔쾌히 지금 체크인이 가능한 상태라고 했다.
방은 어제 공실이었는지 묵은내가 나는 상태였다. 여튼 그 덕분에 짐을 풀고 나갈 수 있으니 감사하다 생각했다.
친절한 스탭분은 우리 일행을 다 끌고 가서 티비 사용법부터 히터 사용법까지 알려주셨다.(계속 이야기 하겠지만 우리는 일행이 셋임을 예약 때부터 명기했고 누구 하나 떨어져있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가 셋임을 알았다.)
달이할미가 인원이 셋인데 침구가 하나 부족하다고 말하니 스탭분은 가져다주겠다고 까지 말했다.
내가 머무른 곳은 별채여서 따로 작지만 조그마한 씽크대가 있었다.

여기에 수저와 젓가락(심지어 다른 게스트가 남기고 간 컵라면로고 그려진 나무젓가락)이 한 개만 있어서 안채에 있는 공용 주방에서 수저와 젓가락을 얻어왔다.
이 이야기를 구지 길게 하는 이유는
이때도 세 명이라 젓가락 세 개가 필요하다 밝혔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다.

이후 바로 우리는 외출을 해서
해질 무렵 들어왔다.
스탭이 약속한 침구가 없길래 안채로 찾아갔더니 그제서야 사장님과 만날 수 있었다.
(이후로도 얼굴은 본 적 없다.)
별채에 머무는데 스탭분이 가져다주시기로 한 침구가 없다고 말했더니 대뜸 몇 명이냐고 물었다.
세 명이라고 대답하면서 게스트하우스가 왜이럴까 생각했다.
보통 체크인 하기 전까지는 그날 오는 게스트를 리마인드 하지 못하고 있더라도
체크인 한 순간부터는 나는 별채에서 지내는 손님이다.
얼굴을 마주치지 못해서 모를 수 있지만
내가 별채에 지낸다고 밝혔는데
이 생경한 느낌은 뭘까 생각하기도 전에
그는 나에게 돈을 요구했다.

처음엔 침구추가 비용을 이야기하는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추가 침구 주세요 하고 찾아갔더니 추가 요금을 내야합니다 라고 말했으니
당연히 그럴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나한테 침구가 아닌 담요를 주섬주섬 주었다.
(가져다준 것도 아니라 내가 들고 갔다. 주인이 베푼 유일한 호의는 그 담요를 접어준 것이였다.)
그때까지도 상황파악이 안된 나는 아니 깔 것도 없고 담요만 주시는데 너무 비싼거 아니냐는 말을 했다.(누차 말하지만 이불이 아니라 담요였다.)
주인은 답답하다는 듯 추가침구가격이 아니라 추가인원에 해당되는 비용이며 세명이라 한 명이 추가된 것이라고 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그냥 내 허물인가 했다.
내가 예약 실수를 하고 말도 못 알아 듣고 그랬나 하고 바로 정정하려고 했다.
그러나 침구를 가져갈 생각에 지갑도 없이 안채로 간 상태였다.
당황한 나는 제가 지금 아무것도 없는데 하니
계좌번호를 재빠르게 쥐어주셨다.
뭐지 여기에 온 이유는 이게 아니였는데
그러면서 담요를 들고 바보 같이 방에 도착해 있었다.

달이할미한테 상황을 설명하니
역시나 모전여전
뭐야 그러니까 이 담요가 이만원이냐ㅋㅋㅋ

계좌이체를 하려면 OTP가 필요한데
여행 온 사람이 그런 걸 챙겼을리 없다.
토스 카카오페이 또 뭐냐 그런거라도 되는지 물어볼 걸 하다가 옛날사람 할미가 현금 이만원을 쥐어주었다.
이번 여행은 모두 내가 준비하기로 했는데...
엄마한테 미안했지만
무엇보다 남한테 조금이라도 잘못하기 싫어 손을 벌리기로 했다.

안채로 다시 넘어가 현금을 건네 드렸다.
그렇지만 인원추가요금이라는게 추가 침구에 대한 어느 정도의 권리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침구 이야기를 꺼냈다.
(나름 국내 그리고 다른 여러 나라들 많은 숙소를 지내면서 인원 추가요금은 기본 준비시설보다 조금 더 요구할 때 내는 비용이라고 알고 있다.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거라면 알려주십시오.)

엄연히 한옥 게스트하우스라고 하는데
솜이불 침구 없이 담요라니.
(그러면서 사용하고 있는 침구와 동일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안내판이 숙소에 있었다. 담요를 판매한다는 건지... )
한옥을 리뉴얼 한 이 곳은
방바닥이 엄청 뜨거워 그 열을 막아줄 두터운 요와 어쩔 수 없는 우풍을 막아줄 이불이 절실히 필요했다.

사장님은 현금 받기 전과는 확연히 다른 목소리로 매트리스 두 개 깔려있으니 하나 옆으로 꺼내면 된다고 안내했다.(돈을 내지 않았으면 사장님한테는 그나마도 못들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스탭이 이미 알려준 이야기다. 들었다고도 말했다.)

그런데 이건 그 방을 모르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이 방은 구조상 큰 문제가 있었다.
방에 기둥이 하나 있는데(이를 문제 삼으려는  것이 아니다)
겹쳐 깔려진 매트리스가 그 기둥에 걸려
앞 뒤로 구부러지는 상황이었다.

사진을 찍고 싶지 않았기에 사진이 없었다. 위 사진은 상황을 설명하기위해 예약사이트 이미지에서 가져왔다.

이를 스탭이 알려줄 때도 이야기했고
스탭은 "그렇네요 불편하실테니 침구를 가져다드릴께요"라고 했다.

사장님께 매트리스 사이즈 때문에 불편하고 이 방에는 추가 침구가 필요하다고 재차 설명했는데(게스트가 그 방에 대해 더 잘 파악하고 있었음)
사장님은 내가 매트리스 꺼내는 법을 모른다고 나름대로 단정해버리셨다.

엄청 짜증을 내시며(이만원효과 벌써 없어짐) 방에 가서 직접 보여주시겠다고 했다.

나는 아직도
두 개로 겹쳐져 있는 매트리스를 꺼내어
옆에 까는 일이
그렇게 배워야 할만큼 어려운 일인지 아직까지도 이해가 안된다.

여튼 내가 설명을 못하고 있는거라면 직접 보여드리는게 낫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구부러지는 매트리스를 함께 목격했다.
그렇지 이러면 드러누운 자의 얼굴을 매트리스가 덮쳐오니 잠을 못자겠구나 하고 공감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는 벽에 부딪혀 구부러진 매트리스를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방이 원래 이런 걸 어쩌라구요.

진짜 내 귀를 의심했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이 설마...
요즘 불미스러운 사건들로 소란하지만
나는 호텔보다는 여행자숙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 하나다.
게스트들과 여행을 나눌 수 있고
누구보다 따뜻한 호스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운이 좋았던 것인지
제주도에서도
춘천에서도
스페인 그라나다에서도

본인이 사랑하는 동네를 안내하는데 자부심이 있었고
게스트와 언제든지 친구가 되려고 했다.

심지어 작년 비슷한 때에
북촌 한옥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낸 적이 있다.
체크인 하는 날 혹여 숙소를 못 찾을까봐 문자보내주시고 머무르는 동안 안채가족이라고 부르며 챙겨주셨다.
옛날식 난방이라 방바닥이 너무 뜨거울 수 있다고 솜이불침구를 더 준비해주셨다.
그날 나는 사진을 찍다가 엉덩이로 넘어졌는데 뜨근한 구들장에서 지내고 완치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나중에 간다고 인사드리니 손님이 많아서 제대로 못챙겨줬다며 미안해하셨다.
그러고 송구스럽게도 골목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 흔들어 주셨다.

이런저런 고운 기억으로
다시 한옥 게스트하우스를 찾은건데
여기는....

내 표정이 심상치 않자 달이할미가 옆구리를 쿡 찔렀다.
그냥 좋은게 좋은거 넘어가자는 거다.

사장님은 본인이 중요하게 여기시는
차(플라스틱 물통에 티를 주신다)와 매트리스를 다시 강조하시고 뜨거운 차를 좀 더 가져다주셨다.(다만 플라스틱통에 뜨거운 차는...)이게 얼굴을 본 마지막이었다. 체크아웃하는 순간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이 정도까지는 여행할 때 작은 잡음이라 생각했다.
뭐 보일러 운전버튼이 너무 밝아 수건으로 가리고 나서야 겨우 잠든 거 그럴 수도 있다.

화장실에 곰팡이.
우리집 아니니 너그럽게 여겼다.

그렇지만 이것만은!!
내 키가 고작 165인데 무릎의 각도를 틀고 변기에 앉아야 했다.
하긴 매트리스도 넘쳐서 누워있는 사람 얼굴을 덮쳐오는데 뭐.

길게 말해봤자 더러운 쪽으로 흐를테니
사진보고 판단하시길.

여행 두 번째 날
맨 바닥에서 잔 달이할아버지는 감기에 걸렸다.
숨막히는 매트리스보단 나을 거 같다며 바닥으로 내려갔는데...
내가 바닥행을 택하자 아빠가 계속 만류해 결국 이렇게 되어버렸다.
계획했던 것 중 많은 것을 안하고
약국에 들려 약을 사서 들어 오는 길.
우리는 다음과 같은 쪽지를 보고 경악했다.

이 쪽지는 방 안도 아니라
현관문 앞에서 발견되었다.
이 숙소의 별채는 '형이 거기서 왜 나와' 같은 느낌으로 골목길 바로 인접해 있다.
사람들 다 지나다니며 볼 수 있는 곳에
저 쪽지가 나풀나풀.
어제 만났을 때 한 번에 정산하지
왜 이러는걸까 너무 화가 났다.
 
그리고 다음 날
본채 문은 잠겨있었고 어떤 직원도 체크아웃에 신경쓰지 않았다.
어쨌든 요청한 것처럼 체크아웃 시 전화를 했다.(이래서 체크아웃 시 전화하라고 한거군)
체크아웃 마감이 열한시여서 열시쯤 전화한 것 같다.
직원에게 별채라고 밝히고 체크아웃 할 때 전화해달라고 하셔서요 라고 말했다.

직원은 아 네 열쇠 바구니에 넣어두고 체크아웃 하시면 됩니다 라고 말했다.

역시 그럼 그렇지.
우리한테 현금 받은 걸 직원들하고 공유 안해서 어제의 쪽지가 잘못 붙어 있었군. 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뭘 깊이 생각하기에 아빠는 심한 감기에 걸렸고 나도 엄마도 컨디션이 안좋았다.
여행이고 뭐고 병원으로 향했다.
휴일에 열린 병원을 겨우 찾아 대기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은 문자가 스탭에게서 왔다.

하아....
도대체!!이 정도면 내가 아무런 노력을 안한 것도 아니고!!
본인들이 자꾸 미스커뮤니케이션 하시면서 내가 느끼는 불편과 불쾌를 1도 고려하지 않았다.
결국 나는 폭발했다.

더 놀라운 건 이 문자를 보낸 사람은
사장이 아니다.
고용된 스탭이 내게 문자를 보내 상황을 알리고 사과했다.

고용된 입장에서 내게 이런 문자를 보내라고 업무하달을 받은 것이다.
모든 일을 스탭에게 미루는 고용인에게 치를 떨었다.
신뢰도가 없는 고용인임이 명백하다보니 현금으로 받은건 증거도 없고 받고도 안 받았다고 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수증 따위 주지 않았다.
그들은 1박당 추가요금에 대해 안내도 하지 않고 나에게 현금 2만원을 받아갔다.

더 이상 직원에게 폭발해봤자 뭐하겠는가.
이 자는 그저 전해들은 내용을 내게 전하는 거라는데.
병원에서 돌아와 저녁 늦은 시간에서야 돈을 송금했다.
이제 끝.
다신 이 곳과 그래 이걸로 끝 하는 심정이었다.

그.러.나.
그 다음 날을 마감하려는 시간 즈음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마치 빚독촉을 하듯
1박 추가요금 2만원을 계좌로 송금하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사장님 계좌 확인해보셨어요?

아니요. 보내셨어요? 그럼 문자로 확인을 해주셔야죠.

정말 펑
나의 분노는 정말 극에 달했다.

제가 사장님께(문자로 대화한 것도 당신이 아닌데)돈 보냈다고 문자까지 보내야하나요?

다른 손님들은 보통 그렇게 했어요.

아니 그동안 미스커뮤니케이션으로 계속 힘들었는데 모든 걸 제탓으로 돌리시는건가요?

분노에 찬 내 목소리가 떨렸다.

손님 그런데 그게 그렇게 화를 낼 일인가요?
라고 말하면서 그 자가 나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나는 통화내역을 녹음하겠다고 했는데도 본인 말만 했다.
그 내용인즉슨 추가요금도 안 내고 퇴실해서 전화로 독촉했을 뿐인데 버르장머리 없이 대든다 였다.

전화기 너머로 그 자의 심한 말이 들려오자
옆에서 듣고 있던 엄마가 전화를 건네 받았다.

내가 엄마인데 나한테 말해보세요.

딸 가정교육을 어떻게 시킨겁니까?
재수가 없으려니깐.

하고 그 자야말로 전화예절교육을 못받았는지 뚝 전화를 끊어 버렸다.

엄마아빠에게 효도하려고 시작했는데
그런 말까지 듣게 하다니
정말 죄송하고 면목 없었다.

나그네 설움을 잘 알게 해준 당신
처음엔 나만 알고 넘어갈까 했지만
오늘 전주 게스트하우스에서 극진하게 환대 받은 뒤
당신의 상황이 비정상임을 더욱 확신했습니다.
그리고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귀한 시간
불쾌한 기억으로 만들게 될 수 있으니깐요.
당신의 공간을 방문한 객이
몹시 불쾌했다면
왜 그랬는지 들어주십시오.
그 책임은 피고용인이나 손님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이것은 오로지 기억에만 의존한 불친절한 여행기.
정확한 정보는 전혀 없다.🤦‍♀️

2015년 겨울, 나는 다니던 직장에 지치다 못해 질려 있었고 토이몽의 추천으로 무작정 스페인행 항공권을 예매했다. 토이몽과 지금의 신랑과 함께.
2016년 봄, 우리는 떠났다.

말라가에서 그라나다를 거쳐 바르셀로나로.

어느날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고 훌쩍 떠난 친한 친구를 만나기 위해 말라가를 첫 행선지로 정했다.


여기서 인생와인과 인생 츄로스를 만날 줄은 몰랐지.


몇 백년 되었다는 와인집은 주문을 하면 인상좋은 할아버지가 통에서 직접 잔에 따라주신다. 영어를 1도 못하시는 할아버지는 잔을 건넴과 동시에 테이블 위에 숫자를 적어주시는데 알고 보니 이게 계산서😆
달달하면서 깊이가 있었던 레드와인. 영어도 안통하고 스페인어는 우노 도스 뜨레스 밖에 몰라 의기소침해져있던 우리는 딱 한 잔씩만 먹고 나왔다. 윤식당의 박서준처럼 자신감무장하고 다시 가고싶은
곳😭

기름에 튀긴 츄로를 녹인 쵸콜렛에 찍어 먹는 CASA ARANDA의 츄로스는 3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이게 다시 먹고 싶어서라도 죽기전에 말라가를 다시 가고 싶다.
* CASA ARANDA는 워낙 유명하니 장소, 가격에 대한 리뷰는 다른 친절한 블로그를 통해 확인하세요😅



오로지 알함브라궁전의 정원을 보기 위해 그라나다로 떠났다. 이동은 버스로 한 시간 정도 걸려서 했던 것 같은데 정확하진 않음🤨 예약을 하지 않고 방문했던 터라 바로 우리 앞에서 매진되는 사태를 경험했다. 😱나는 아니겠지하는 안일한 생각하지 말고 꼭 예약하고 가시길. 실패 후 터덜터덜 야경이 아름답다는 알바이신 지구를 한낮에 구경 갔다. 좁은 골목 틈 사이로 높은 하늘을 하염없이 볼 수 있었다. ​



길거리 맥주와 피자를 간단히 먹고


밤 비행기를 타고 바르셀로나로 이동했다.


구엘공원을 둘러보고


공사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도 둘러보고


몬주익 케이블카도 탔다.

바르셀로나 지하철에서 우리는 한 번 서로를 놓쳤다 다시 만났고, 누캄프경기장 앞에서 사진을 찍고 싶다는 신랑과 함께 길을 나섰다 화장실이 너무 급해 중국음식점에서 콜라를 하나 시키고 볼 일을 보았다.



그러고는 이런 일기를 적었지.
짧은 시간안에 모든 것을 담고 싶어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이번 여정에서 가장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건 모든 사람들이 몰려드는 명소들이 아니라 잠시 길을 잃었다 만난 당신의 표정 이었어.
그 순간 깨달았지 아! 당신을 정말 사랑해🙈

내게 스페인은 달았던 와인, 분필로 적은 숫자, 당신과 다시 만난 지하철 계단, 차가웠던 콜라 같은 것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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