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포스팅은 출산준비물을 최소한으로 하고 싶어하는 분, 혹은 여건이 되지 않아 최소한으로 준비할 수 밖에 없는 분들께 도움이 될까 싶어서 정리해 본 거예요.. 출산용품들을 소개해놓은 글들을 읽다보면 꼭 필요한 것 같아 다 구매하고 싶어지고, 그 물건이 없으면 아이를 잘 키우지 못할 것 같은 기분도 들고 그러더라구요. 사실 있으면 다 도움이 되지요. 그렇지만 육아용품으로 쓸 예산도 한정적이고 물건에 점령당하기도 싫어서 (집이 좁거든요😭) 한 번 집에 있는 걸로 대체할 수 없을까 생각해본 것을 적어본거예요. 아직 초보맘이라 많이 부족할 수도 있어요 ~ 아이의 상황에 따라 꼭 필요한 물품과 아닌 물품이 다를 수도 있으니 참고만 하세요.^^


임신을 하고 출산을 준비하면서 출산준비물 리스트로 된 포스팅을 수십 개 본 것 같다. 아이를 기다리는 설렘이 더해져 지겹지도 않았다.
가족이 한 명 더 생기는 것인데 정말 많은 물품들이 필요해 보였다. 육아는 장비빨이라는 말과 설레는 예비맘들을 겨냥한 체험단의 후기들은 선택사항을 필수사항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50일 쯤 아이를 키워보니 육아는 장비빨이라는 말이 맞긴 하지만 절대적인 동의를 하지는 않게 되었다. 우리 아이에게 맞는 것이 있고 아닌 것도 있고, 굳이 구매하지 않아도 집에서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정리해 본

# (달맘기준) 베스트 육아용품
•분유포트 - 대체품: 전기포트나 주전자


분유수유를 하는 엄마라면 이것은 혁명😭
두 시간에 한 번 씩 밥을 줘야 하는데 분유포트는 처음에 100도로 물을 끓여두면 그다음엔 아이가 먹기 좋은 40도로 물 온도를 맞추어 준다.
굳이 구매하지 않아도 전기포트나 물주전자로 끓여둔 뒤 온도를 수동으로 맞추어도 되지만 하루에 10번 이상 분유를 타야 한다면 너무 고된 일이다.
분유수유맘에게는 분유포트를 추천 또 추천. 육아용품 한 가지만 사야 한다고 하면 나는 단연 이것을 선택할 것이다.

•천기저귀 - 대체품: 집 안에 있는 수건 아무거나


샤워타올로 천기저귀를 사용하면 좋다길래 밤부베베 천기저귀 5장을 구매했다. 크기도 크고(사진은 4번 접어놓은 것) 흡수력도 좋고 부드러워 아이 물기를 닦이는데 정말 이만한 게 없다. 참고로 샤워타올 선물 받은 것이 있지만 한 번 사용해 본 후 불편해서 그대로 서랍장에 모셔두고 천기저귀만 사용하고 있다. 굳이 구매하고 싶지 않다면 집에 있는 수건으로 아이를 닦아도 상관없다.

•수유등 - 대체품: 집안 스탠드, 방 조명


전문용어로 밤수. 새벽시간에도 수유를 해야 하는데 너무 밝은 조명을 켜면 아이의 잠을 깨우기도 하고, 낮과 밤을 가르치는 수면교육에도 도움이 안될 것 같았다. 수유등으로 검색하면 적어도 몇 만원대의 블루투스 기능이 있는 제품까지 나오지만 집 안에 있는 스탠드가 간접조명 효과를 낼 수 있다면 구매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우리집은 별도의 스탠드가 없고 침대 헤드에 간접 조명이 있어서 밤수 시간마다 신랑 머리 맡에 조명을 켤 수가 없어 수유등을 구매하기로 했다. 이케아에서 저렴한 스탠드를 알아보던 중 던킨도너츠에서 행사로 10000원 이상 구매시 3000원이던가, 하는 제품 득템! 말랑말랑하고 터치식으로 조명을 켜고 끌 수 있어 대만족이다. 다만 인형 얼굴이 밤에는 조금 무서워(겁이 많음👉🏻👈🏻) 뒤로 돌려놓고 사용중😂 사진은 LED조명처럼 하얗게 나왔지만 실제로는 조금 붉은 빛이 난다. 밝기가 세지 않아 응아 기저귀를 갈아줄 때는 휴대폰 손전등의 도움을 받고 있다. ​


굳이 구매를 원하지 않는다면 아까 말했듯 집 안에 스탠드를 활용하거나, 수유하는 방과 이어진 방의
불을 켜고 방문을 열어두는 등 간접조명의 효과를 각자의 사정에 맞게 적용하면 되겠다.


•범퍼침대 - 대체품: 아이를 눕힐 자리와 이불만 있으면 어디든


아이를 데려와서 눕힐 장소는 필요하니깐. 원목침대든 범퍼침대든 구매할 수 있다면 좋고, 아니어도 아이를 누일 요와 덮어줄 이불만 있으면 오께이~


•기저귀함 -대체품: 플라스틱 바구니(다이소)
자주 사용하는 용품들을 간결히 정리해둘 수 있는 국민기저귀함 이케아 트롤리! 침대 옆에 두었다가 아이가 울면 범퍼침대로 쓰윽 밀고 간다.


정말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어서 강추 하지만 이 역시도 굳이 구매하지 않고 이천원짜리 다이소 바구니에만 담아둬도 훌륭히 정리할 수 있다.



# (달맘기준)워스트 육아용품

•기능성 속싸개 - 애벌레, 나비같은 귀여운 모습에 속았다 스튜핏


아기가 자꾸 자다가 놀라는 것 같아 구매했다. 요 기여운 애벌레 모습이 보고싶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아기를 이 속싸개 안에 두면 조금 덜 놀라고 잘 자는 것 같으나 사용기간이 너무 짧다. 우리아기는 손을 자꾸 움직이고 싶어하며 짜증을 내서 길게 사용하지 못했다. 제왕절개로 병원 5일과 조리원 2주 생활을 끝내고 오니 거의 생후 3주가 지나 있었고, 의사선생님은 생후 4주 이후에는 대근육 발달을 위해 속싸개를 풀어줄 것을 권하였다. 결론은 효과는 좋으나 길게 사용하지 못했다.😭
기능성 속싸개 말고 사각형 모양으로 되어 있는 기본형 속싸개는 아이에게 이불로 수시로 덮어줄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3배 정도 가격차이가 나니 다시
돌아간다면 애벌레의 귀여움을 포기하고 기본형을 3개 사겠다.

•바운서 - 엄마만 신난다 스튜핏


이건 아기들마다 케바케인듯 하다. 어떤 아이들은 15분 이상 가만히 잘 있는다는데 우리 달이는 바운서에 15초도 혼자 있기 싫어한다. 시누한테 받은 것이 아니었으면 매우 화가났을 뻔😭

나름 신경써서 한 신혼집 인테리어가 무색하게 벌써부터 거실한구석이 아이용품으로 점령당하려고 한다. 게다가 분유, 기저귀, 물티슈 등 매달 결제해야하는 소모품비용도 만만치 않다. 꼭 필요한 출산준비물만 구매하여 알뜰육아 하시길😆

​​



요즘 내 하루는 언제나 달과 함께🌝
잠든 달을 품에 안고 있으면서 지금 내 우주는 달로 가득함을 느꼈다.

신랑과 함께 달을 보는 주말에는 조금의 여유가 생겨 오래된 사진을 정리했다.
우리가 함께한 날들을 되내어보다 문득 이 곡이 떠올랐다.

​별처럼 수많은 사람들 그 중에 그대를 만나
꿈을 꾸듯 서로를 알아보고
주는 것 많으로 벅찼던 내가 또 사랑을 받고
그 모든건 기적이었음을


그를 만나고 내 세상이 거짓말처럼 따스해졌다.
처음으로 사랑받고 있다는 행복을 알게해 준 사람이 여전히 곁에 있다. 행복한 밤이다.😌



햄버거엔 콜라, 커피엔 도넛 처럼 좋아하는 곡에도 짝을 지어 매번 함께 듣는 버릇이 있다.

곡의 가사를 주의깊게 듣는 편인데 이 두 곡을 이어 들으면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달까.

​​


제일 좋아하는 부분에 연두색 맞춰 스샷하는 취미
이제는 가슴시린 연애는 글러먹은 아주머니지만 이렇게 노래 들으면서 대신 내가 이별하는 양 가슴 아파한다(엄마들이 드라마에 빠지는 이유를 알겠음 ㅠㅠ)
(개인적으로 자켓사진이 너무 맘에 듦😭)


장기하와 얼굴들의 가사는 딱 어디 한군데가 좋다고 정하기 어려워서. 그냥 가사 하나하나 툭툭 내뱉는 흐름이 좋아서. 왜그래~~~애-애^애-애^ 하는 게 좋아서.

나의 아저씨 보다 보니깐 또 듣고 싶길래.

달이가 50일이 되었다. 성장앨범 계약해 놓은 것이 있어 자연스럽게 첫 외출에 나섰다. 내친김에 할아버지 할머니도 뵙고 오기로 했다. 고작 두 세시간 나가는 건데도 아기와 함께하는 외출에는 많은 준비물이 필요했다.

달이의 신생아 졸업 후 첫 외출! 기저귀가방 대공개


1. 젖병과 스틱분유
아기의 수유시간과 용량에 맞춰 분유와 젖병을 준비한다. 외출을 하면 달이는 자주 더 많이 먹게 되는 것 같아 넉넉히 준비했다. 스틱분유는 파스퇴르에서 샘플로 받게 되었는데 1봉에 100ml씩 들어있어 외출시 매우 용이했다.

2. 보온병과 500ml생수
(사진은 작은 생수병이 없어서 급한 김에 대왕 생수병이 대신😆)

분유 온도에 맞추어 보온병에 담으면 외출한 시간 동안 보온병 안에서 물이 식기 때문에 팔팔 끓은 물을 보온병에 담고 옆에 생수를 섞어 온도를 맞추는 방법을 추천한다. 보온병은 맘카페에서 가성비가 좋다고 추천을 받은 써모스 보온병으로 구입했다.

3. 기저귀와 손수건, 물티슈​


기저귀 파우치 안에 기저귀 5개 정도와 손수건 2장을 챙겼다. 외출시간을 고려하여 수량을 정하면 되는데 넉넉히 준비하는 것이 좋다. 기저귀 파우치라고 이름지어 파는 것들이 있는데 굳이 새로 구매하지 않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파우치나 지퍼백을 활용해도 좋다.

4. 여벌옷​


아기가 분유를 토하거나 기저귀를 가는 도중 소변을 또 싼다거나 하여 옷을 버릴 확률이 높다. 갈아입을 여분의 옷은 한 벌이나 두 벌정도 챙긴다.

5. (선택사항) 쪽쪽이와 아기장난감


낯선 곳에서 아기가 보채는 경우 아기를 달래줄 만한 물건을 함께 가져가면 좋다. 달이는 공갈젖꼭지를 사용하고 있어 챙겼고 좋아하는 알로앤루 딸랑이를 챙겼다.


여벌옷과 딸랑이를 한 지퍼백에


젖병, 분유, 공갈젖꼭지를 한 지퍼백에 포장
​​​



기저귀파우치와 보온병, 물티슈를 넣은 기저귀 가방 내부

아직 50일 된 아기는 이정도로 외출준비 끝!
이유식을 시작하거나 하면 준비물이 또 바뀌겠지만 그건 아직 안 키워봐서 잘 모르게쒀요. 😂



엄청난 게으름쟁이인 내가 사진정리를 한 번 해보겠다고 큰 맘 먹고 14년-15년에 사용했던 휴대폰의 사진첩 폴더를 열었다. 엄청난 보물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너무 좋아해서 줄줄 외고 다녔던, (그러나 지금은 한동안 잊고 지낸) 시가 너무나 반가워서 마음이 시큰해졌다.
불과 3년 만에 예비신부, 새댁, 임산부를 넘어 이제 달맘으로-
삶의 형태가 변했지만 그래도 나는 나고(잊지말자), 나는 언제나 내 삶을 사랑한다.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침대 위에서 아끼는 음악을 듣다가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이다. 요즘은 달이엄마로 살아가느라 그마저도 잘 하지 못하지만.

오늘의 기분을 닮은 플레이리스트 기록.

​​


• 그 때 그 노래 - 장기하와 얼굴들

​예쁜 물감으로 서너 번 덧​칠 했을 뿐인데
어느새 다 덮여 버렸구나 하고 웃었는데
알고보니 나는 오래된 예배당 천장을
죄다 메꿔야 하는 페인트 장이었구나


장얼도 기타 반주 하나만으로 잔잔한 이런 곡을 소화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곡. 가사가 무슨 소나기를 읽은 듯 너무나 서정적이다.😭
​앨범 표지도 물감이 엉켜 있는걸 새롭게 알고나니 더 좋은 그런😏


•스물다섯 스물하나 - 자우림

​바람에 날려 꽃이 지는 계절엔
아직도 너의 손을 잡은 듯 그런듯 해


등센서 달린 달이를 하루종일 안아주다 비긴어게인2 예고에서 김윤아가 이노래를 버스킹하는 모습을 보았다. 자우림 라이브공연 참 좋아했는데😭
오랜만에 다시 듣고 싶어서,


•여름 밤 탓 - 슈가볼

​한 낮 열기가 식은 이 밤이 나는 두려워
날 들뜨게 하는 이느낌 너무 싫어
고백하지 않으려고 참아온 그많은 날들 무너질 것 같아
지금 이 여름밤


설레고 싶은 밤에 듣는 곡🙈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오른손에 맥주 한 캔 들고 한강바람 맞으며 듣던 공연들이 그리워서😭



임신과 출산에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에너지 소모가 필요하기 때문에 엄마의 몸이 건강한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기검진을 가다 보면 수차례 피검사를 하게 되고 병원에서도 부족한 성분들은 영양제를 통해 보충해두기를 권유한다.
3.75kg의 건강한 달이를 만날 수 있었던 엄마로서 임신을 준비하는 분들께 추천하는 영양제 리스트!

⭐️ 사진순서로 설명
• 오메가3 - Nordic Naturals, 프리네이탈 DHA, 500 mg
오메가3가 임신 및 수유 기간 동안 아기의 두뇌 개발 지원에 도움을 준다는 이야기에 신랑이 야심차게 준비해 준 DHA, 이제품에는 비타민 d3가 첨가되어 있다고 한다.
투명하고 말랑한 캡슐이어서 크기가 좀 있는데도 목에 걸리지 않는다

•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 Healthy Origins, 프로바이오틱스, 300억 CFU's
프로바이오틱스는 임신 전 부터 면역력 강화에 좋다고 해서 복용중이었는데, 원래 먹던 California Gold Nutrition LactoBif 의 알약 크기가 지금 먹는 제품보다 아주 미세하게 커 자꾸 목구멍에서 걸려서 헬시오리진스 제품으로 바꿨다. 아주 미세한 차인데 이건 목구멍에 절대 걸리지 않아 구역질을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건강한 장활동도 인정!

•비타민D - Solgar, 천연 비타민 D3, 10,000 IU
임산부 대부분이 부족하다는 비타민D
임신 전에는 햇빛만 보면 충전되는 줄 알았던 비타민D가 나 역시도 부족한 걸로 나와 병원에서 나오는 길로 올리브영에 가서 사왔다.😭 알고보니 이때 구매한 비타민D는 600 IU로 흰색 가루가 들어있는 알약 형태 였고 이후에는 아이허브에서 구매한 1000 IU는 투명하고 말랑말랑한 형태 였다.

•엽산 (필수 중 필수!!) -Solgar, 엽산, 1000 mcg
건강한 태아를 위해 임신 준비를 위한 필수품이라며 결혼선물로 엽산을 받았다. 알아주는 주당인 신랑과 나는 금주와 동시에 엽산을 복용했다.
계획임신 이전 3개월부터 꾸준히 복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보건소에 임신확인서를 제출하면 3개월치의 엽산, 그리고 16주 이후에는 임신 이후까지 복용할 수 있는 철분을 준다.
임신 이전에 선물받은 것과 보건소에서 받은 것. 그리고 우연찮게 임신 후기에 같은 모델로 엽산 한 통을 더 선물 받아 임신기간 내내 먹을 수 있었다.

• 철분 - 녹십자 훼리너프
철분은 보건소에서 준 것으로 충분해 따로 구매하지 않았다. 우리동네 보건소는 3개월치 씩 총 두 번을 방문해야 한다. 철분은 오전에 먹는 것이 흡수가 좋다고(어디서 들은 것만 같아) 매일 오전에 공복으로 먹었다. 비타민C가 철분 흡수에 도움을 준다는 이야기도 (어디서 들은 것만 같아) 오렌지쥬스도 매일 한 잔 씩 먹었다.😋
참고로 철분을 먹게되면 변비가 생긴다는 사람이 있어서 유산균도 함께 먹어주고 푸룬쥬스도 준비해 놓았으나 특별하게 변비가 생기지 않아 푸룬주스는 아직 그대로 냉장고에 있다.😖
참고로 병원에서는 철분과 유산균 함께 들어 있는 임산부용 영양제를 판매한다고 추천하기도 하였는데(요즘 병원에 상술이 심하다) 가격이 상당히 비싸 아이허브에서 별도로 구매했다.


⭐️ 신랑
•엽산 -Solgar, 엽산
임신을 확인하기 전 까지는 엽산을 함께 챙겨 먹었다.

•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 California Gold Nutrition LactoBif
아주 소량의 물로도 알약을 꿀떡꿀떡 잘 삼키는 신랑은 내가 먹지 못한 LactoBif의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장복할수록 효과가 좋다고 하여 임신 후에도 지속적으로 복용할 예정.

•코큐텐- Doctor's Best, CoQ1
코큐텐은 황산화작용이 제일 큰 효능으로 알려져있지만 정자의 활동성이 좋아진다고 신랑이 챙겨먹던 영양제.


임신과 함께 이렇게 많은 약을 먹게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건강한 아기를 만날 수 있다면 목구멍을 콱 막는 알약을 넘기눈 수고스러움 정도야 참을 만 하지 않은가



2016년 10월,
결혼과 함께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결혼을 한다, 아이를 가졌다는 나의 인사에 미혼인 친구들은 축하와 함께 종종 대단하다는 인사를 건넸다.
유독 내가 살고 있는 이 한국 땅에서 결혼과 출산은 결심이 필요한 일이었다. 나는 대단한 용기를 가진 사람도, 희생할 각오와 준비가 된 사람이 아니었지만 아직 새로운 길을 나서지 않은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비춰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쉽지는 않겠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늙어가고 싶다는 마음, 손 닿는 거리에 항상 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만으로는 충분하다 생각했던 내게 이겨내지 못할 시련은 없을 것만 같았다. 삶의 형태가 바뀌는 것이지 그것이 꼭 내 개인의 삶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 믿었다. 그리고 그만큼 자신이 있었다. 아니 사실은 별 생각이 없었는지도.

그렇지만 결혼하고나서 듣게 된 불쾌한 말 중 하나.
“그래서, 신랑 아침밥은 챙겨주고 나왔어?”
물론 이 말은 ‘오늘 날씨 참 좋네요.’ 나 ‘어디 가시는 중인가봐요.’ 처럼 결혼생활은 잘 하고 있냐는 것을 묻는 의미없는 인사임을 알지만 이런 질문을 들을때마다 맥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물론 거창하진 않지만 나는 신랑의 아침밥을 챙긴다. 그건 내가 결혼과 함께 신랑의 아침식사를 책임질 의무가 생겼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둘 중 식사준비를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나였기 때문이다. 어릴적 엄마와 함께 고기를 두드려 빵가루를 입혀 돈까스를 만들거나, 갓 구운 김에 고소한 기름을 바르는 일은 내겐 즐거운 놀이이자 행복이었다. 가족을 위한 건강한 밥상을 준비하는 과정이 내겐 행복한 일이라 하는 것이지 내가 해야만해서 하는 일은 아니다. 이런 폭력적인 질문을 무심코 던지는 사람에게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할 얘기라 그냥 어색한 웃음으로 자리를 피한다.

태교를 하면서 이 책을 만났고, 신랑과 함께 읽었다. 비교적 출산과 육아에 자유로울 수 있는 직장으로 이직하게 되어 김지영씨 같은 경단녀의 위기에서 벗어낫지만, 책 속의 남편과 다르게 모든 책임을 함께 하는 신랑과 함께하는 결혼 생활이지만, 우리의 워킹맘 워킹대디로서의 삶도 쉽지 만은 않을 거란걸 알기에 조금은 겁이 난다. 우리를 둘러싼 사회가 호락호락하지 않더라도 내 옆에 곤히 잠이 든 당신과 현명하게 잘 해낼 수 있겠지. 곱게 나이 들고 싶다. 당신과 함께🙏



2018년 2월 5일 20시 46분 황금개띠 강아지시간에​3.75kg 53cm 건강한 남아, 달이 우리에게로 왔다.🌝

예정일 전날 이었다. 새벽 두시에 잠깐 화장실에 갔을 때 이슬이 비쳤음에도 불구하고 가진통 하나 없이 잠잠했다. 여러 출산후기를 정독하며 출산을 준비하고 있던 우리는 이슬이 비추어도 개인차가 있으니 이제 자연진통만을 기다리면 된다고 기뻐하고 있었다.
종일 자꾸 양수가 묻어나는 건지 소변이 새는 건지 모르는 증상이 있었는데 확실치 않았다. 전날 사랑니 2개를 빼고 온 신랑은 치통으로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고, 일요일 저녁에 편한 마음으로 자고 싶었다.
밤 7시, 이가 아픈 신랑은 두유 한 잔 나는 토이몽이가 사온 치즈케이크를 먹고 더 찝찝하기 전에 확인만 하고 오자, 하고 병원으로 나섰다. 그 길로 입원이었다. 편히 잠들고 싶어 나온 거였는데 입원이라니, 출산이라니..! (딱 예정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황스러웠다.
생각해보니 예정일 근처에 사랑니 발치 예약을 잡은 우리가 어리석었다.😂

양수검사를 하고 무통관 삽입과 항생제 주사를 맞고 이런 저런 입원절차를 설명 듣고 병실로 올라오니 9시. 12시 이후에 금식이라는 소리에 신랑은 출산가방을 가지러 집으로.(정말 입원일 줄 몰라서 이것도 놓고왔었다.)
치즈김밥과 참치김밥, 그리고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서 돌아왔다. 산모요가 시간과 부부출산교실에서 진통이 올 때는 가만히 누워있지말고 중력을 이용하라는 조언을 수차례 들었던 터라 자연진통이 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슈가맨2를 보며 서서 걷기 앉아 있기를 했지만 무통관을 넣은 허리가 불편하고 뻐근한 것 외에 다음날 아침이 밝도록 진통은 없었다. (무통관이 문제였을까)

새벽 여섯시 반, 가족분만실로 이동하여 태동검사기를 달고 촉진제를 투여하였다. 진통그래프와 태아의 심박수를 확인하는 그래프가 동시에 그려졌다. 진통 그래 프의 시작은 0부터 99이상은 표시가 되지 않는다. 태아의 심박수는 120-160사이에 있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여 아이의 심박수 그래프를 한참 보고 있었다. 유도분만은 촉진제와 태동검사기를 달고 있기 때문에 미리 배워둔 진통이 올 때 분만을 빠르게 할 수 있는 어떠한 운동도 할 수 없었다. 자연진통이 아닌 것이 어찌나 아쉽던지. 그리고 한 시간마다 진행된 지긋지긋한 내진. “달아, 우리를 도와주시는거야 빨리 만나자.”를 속으로 수 없이 외며 참았지만 정말 너무 지긋지긋했다. 너덜너덜해졌다. 진통 8시간 정도에 4cm가 열렸다고 했다. 지난밤 무통관 삽입 후부터 시작된 허리통증이 너무 심해 무통을 낳아달라고 했지만 진통이 규칙적이지 않아 조금 후에 놓아준다고 했다. 진통 10시간이 되어 5cm가 되었고 다시 무통을 놓아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번에도 진통이 규칙적이지 않다고 조금 후에 놓아준다고 했다. 진통 12시간, 아직도 5cm 두 시간동안 1도 늘어나지 않고 정체중. 진짜 못참겠다고 했더니 이제서야 무통을 놓아주었는데 주사맞는 시간이 늦었던건지 내 몸이 문제인지 무통약이 듣질 않았다. 무통천국은 없다는 것 까지 확인을 하니 더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배보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고통에 심지어 담당의는 자궁경부가 굳어가고 있다고 제왕절개를 권했다. 신랑에게 더 이상 못 하겠다고 수술하고 싶다고 했다. 괜히 아픈 모습 보이기싫어 오지말라고 했던 친정식구들이 마침 병원에 도착했고, 가족들의 동의하에 수술실로 들어갔다. 수술은 한시간 가량 진행되었다고 한다. 무통약이 안 든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마취를 위해 다시 무허리에 무통관을 꼽고 하반신마취가 되자 아이얼굴을 보고 잠들겠냐고 물어서 그렇게 하겠다고 이야기를 하였지만 그 후로 바로 정신을 잃었다. 모든 처치가 끝난 후 달이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낳자마자 뜨거운 몸뚱이를 제일 먼저 가슴에 안아보지 못했다는 서러움이 밀려왔다.
진통 13시간동안 자궁경부를 부드럽게 해 주는 주사를 세 차례나 맞았고 촉진제 투여 시간이 길어지니 태아의 심박수가 180 이상 올라가게 되어 촉진제 투여를 중단하기도 했다. 달이에게도 쉽지 않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자연분만 신드롬. 출산 전까지 자연분만에 대한 장점을 수도 없이 들었다. 자연분만을 하지 않은 엄마는 참을성이 부족하거나 모성애가 부족한 것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물론 나도 혹여나 부정탈까 제왕절개후기는 하나도 읽지 않은 고지식한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고, 어쩔 수 없이 수술을 하였지만 그렇다고 아이를 아끼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수술실 밖에서 나를 기다리며 친정엄마는 출산을 기다리는 다른 가족들을 만났다고 한다. 병원 신생아실에서 아이 면회를 기다리며 다시 만난 그 가족을은 우리 엄마에게 “우리애는 자연분만 했어요~”라며 자랑을 했다. 모난 내 마음은 “그래서 어쩌라고!!!”를 속으로 외쳤지만, 엄마는 그들에게 활짝 웃으며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넸다. 마음은 늘 너그럽게 엄마처럼. 착하게 살아야지.

자연분만이든 유도분만이든 제왕절개이든 어떠랴.
우리 아들이 이렇게 건강하게 우리에게 왔는데.

달아, 우리에게 와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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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꾸준히 올라오던 글이 뜸했죠.

18년 2월 5일 20시 48분
달이가 왔습니다.

달이 머리가 쪼금 아주 쪼오금
커다란 관계로
제왕절개로 태어났어요.
달맘은 거의 24시간 진통하며 참았는데
더이상은 위험하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지요.

달이는 3.75킬로 58센티
아주 건장합니다.
벌써 그 병원 신생아실은 평정했구요.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벌써 고개를 돌려요.
아무래도 제 조카는 천재인가봐요.

오늘 찍힌 동영상에는
달이가 응~응~하고 대답을 하길래
"우리 달이 말 해!! 천재인가봐!!"
했더니
달맘이 "응. 그거 나야."하더군요.
(넘치는 이모 마음이 만든 환상)

...
당분간은 이모가 혼자 쓰는 육아블로그라
계속 무엇인가(특히 알코올) 먹는 이야기로
엉망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음 그렇다면 제대로 엉망으로 만들겠어ㅋㅋ)

달맘은 몸조리 잘 하고 곧 컴백할 듯 하고요.
저는 열심히 먹고 마시면서
달이한테 헤어나지 못하겠다는 이야기를 올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달아, 와줘서 정말 고마워.
우리 앞으로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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