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결혼과 함께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결혼을 한다, 아이를 가졌다는 나의 인사에 미혼인 친구들은 축하와 함께 종종 대단하다는 인사를 건넸다.
유독 내가 살고 있는 이 한국 땅에서 결혼과 출산은 결심이 필요한 일이었다. 나는 대단한 용기를 가진 사람도, 희생할 각오와 준비가 된 사람이 아니었지만 아직 새로운 길을 나서지 않은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비춰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쉽지는 않겠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늙어가고 싶다는 마음, 손 닿는 거리에 항상 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만으로는 충분하다 생각했던 내게 이겨내지 못할 시련은 없을 것만 같았다. 삶의 형태가 바뀌는 것이지 그것이 꼭 내 개인의 삶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 믿었다. 그리고 그만큼 자신이 있었다. 아니 사실은 별 생각이 없었는지도.

그렇지만 결혼하고나서 듣게 된 불쾌한 말 중 하나.
“그래서, 신랑 아침밥은 챙겨주고 나왔어?”
물론 이 말은 ‘오늘 날씨 참 좋네요.’ 나 ‘어디 가시는 중인가봐요.’ 처럼 결혼생활은 잘 하고 있냐는 것을 묻는 의미없는 인사임을 알지만 이런 질문을 들을때마다 맥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물론 거창하진 않지만 나는 신랑의 아침밥을 챙긴다. 그건 내가 결혼과 함께 신랑의 아침식사를 책임질 의무가 생겼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둘 중 식사준비를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나였기 때문이다. 어릴적 엄마와 함께 고기를 두드려 빵가루를 입혀 돈까스를 만들거나, 갓 구운 김에 고소한 기름을 바르는 일은 내겐 즐거운 놀이이자 행복이었다. 가족을 위한 건강한 밥상을 준비하는 과정이 내겐 행복한 일이라 하는 것이지 내가 해야만해서 하는 일은 아니다. 이런 폭력적인 질문을 무심코 던지는 사람에게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할 얘기라 그냥 어색한 웃음으로 자리를 피한다.

태교를 하면서 이 책을 만났고, 신랑과 함께 읽었다. 비교적 출산과 육아에 자유로울 수 있는 직장으로 이직하게 되어 김지영씨 같은 경단녀의 위기에서 벗어낫지만, 책 속의 남편과 다르게 모든 책임을 함께 하는 신랑과 함께하는 결혼 생활이지만, 우리의 워킹맘 워킹대디로서의 삶도 쉽지 만은 않을 거란걸 알기에 조금은 겁이 난다. 우리를 둘러싼 사회가 호락호락하지 않더라도 내 옆에 곤히 잠이 든 당신과 현명하게 잘 해낼 수 있겠지. 곱게 나이 들고 싶다. 당신과 함께🙏



2018년 2월 5일 20시 46분 황금개띠 강아지시간에​3.75kg 53cm 건강한 남아, 달이 우리에게로 왔다.🌝

예정일 전날 이었다. 새벽 두시에 잠깐 화장실에 갔을 때 이슬이 비쳤음에도 불구하고 가진통 하나 없이 잠잠했다. 여러 출산후기를 정독하며 출산을 준비하고 있던 우리는 이슬이 비추어도 개인차가 있으니 이제 자연진통만을 기다리면 된다고 기뻐하고 있었다.
종일 자꾸 양수가 묻어나는 건지 소변이 새는 건지 모르는 증상이 있었는데 확실치 않았다. 전날 사랑니 2개를 빼고 온 신랑은 치통으로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고, 일요일 저녁에 편한 마음으로 자고 싶었다.
밤 7시, 이가 아픈 신랑은 두유 한 잔 나는 토이몽이가 사온 치즈케이크를 먹고 더 찝찝하기 전에 확인만 하고 오자, 하고 병원으로 나섰다. 그 길로 입원이었다. 편히 잠들고 싶어 나온 거였는데 입원이라니, 출산이라니..! (딱 예정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황스러웠다.
생각해보니 예정일 근처에 사랑니 발치 예약을 잡은 우리가 어리석었다.😂

양수검사를 하고 무통관 삽입과 항생제 주사를 맞고 이런 저런 입원절차를 설명 듣고 병실로 올라오니 9시. 12시 이후에 금식이라는 소리에 신랑은 출산가방을 가지러 집으로.(정말 입원일 줄 몰라서 이것도 놓고왔었다.)
치즈김밥과 참치김밥, 그리고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서 돌아왔다. 산모요가 시간과 부부출산교실에서 진통이 올 때는 가만히 누워있지말고 중력을 이용하라는 조언을 수차례 들었던 터라 자연진통이 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슈가맨2를 보며 서서 걷기 앉아 있기를 했지만 무통관을 넣은 허리가 불편하고 뻐근한 것 외에 다음날 아침이 밝도록 진통은 없었다. (무통관이 문제였을까)

새벽 여섯시 반, 가족분만실로 이동하여 태동검사기를 달고 촉진제를 투여하였다. 진통그래프와 태아의 심박수를 확인하는 그래프가 동시에 그려졌다. 진통 그래 프의 시작은 0부터 99이상은 표시가 되지 않는다. 태아의 심박수는 120-160사이에 있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여 아이의 심박수 그래프를 한참 보고 있었다. 유도분만은 촉진제와 태동검사기를 달고 있기 때문에 미리 배워둔 진통이 올 때 분만을 빠르게 할 수 있는 어떠한 운동도 할 수 없었다. 자연진통이 아닌 것이 어찌나 아쉽던지. 그리고 한 시간마다 진행된 지긋지긋한 내진. “달아, 우리를 도와주시는거야 빨리 만나자.”를 속으로 수 없이 외며 참았지만 정말 너무 지긋지긋했다. 너덜너덜해졌다. 진통 8시간 정도에 4cm가 열렸다고 했다. 지난밤 무통관 삽입 후부터 시작된 허리통증이 너무 심해 무통을 낳아달라고 했지만 진통이 규칙적이지 않아 조금 후에 놓아준다고 했다. 진통 10시간이 되어 5cm가 되었고 다시 무통을 놓아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번에도 진통이 규칙적이지 않다고 조금 후에 놓아준다고 했다. 진통 12시간, 아직도 5cm 두 시간동안 1도 늘어나지 않고 정체중. 진짜 못참겠다고 했더니 이제서야 무통을 놓아주었는데 주사맞는 시간이 늦었던건지 내 몸이 문제인지 무통약이 듣질 않았다. 무통천국은 없다는 것 까지 확인을 하니 더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배보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고통에 심지어 담당의는 자궁경부가 굳어가고 있다고 제왕절개를 권했다. 신랑에게 더 이상 못 하겠다고 수술하고 싶다고 했다. 괜히 아픈 모습 보이기싫어 오지말라고 했던 친정식구들이 마침 병원에 도착했고, 가족들의 동의하에 수술실로 들어갔다. 수술은 한시간 가량 진행되었다고 한다. 무통약이 안 든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마취를 위해 다시 무허리에 무통관을 꼽고 하반신마취가 되자 아이얼굴을 보고 잠들겠냐고 물어서 그렇게 하겠다고 이야기를 하였지만 그 후로 바로 정신을 잃었다. 모든 처치가 끝난 후 달이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낳자마자 뜨거운 몸뚱이를 제일 먼저 가슴에 안아보지 못했다는 서러움이 밀려왔다.
진통 13시간동안 자궁경부를 부드럽게 해 주는 주사를 세 차례나 맞았고 촉진제 투여 시간이 길어지니 태아의 심박수가 180 이상 올라가게 되어 촉진제 투여를 중단하기도 했다. 달이에게도 쉽지 않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자연분만 신드롬. 출산 전까지 자연분만에 대한 장점을 수도 없이 들었다. 자연분만을 하지 않은 엄마는 참을성이 부족하거나 모성애가 부족한 것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물론 나도 혹여나 부정탈까 제왕절개후기는 하나도 읽지 않은 고지식한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고, 어쩔 수 없이 수술을 하였지만 그렇다고 아이를 아끼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수술실 밖에서 나를 기다리며 친정엄마는 출산을 기다리는 다른 가족들을 만났다고 한다. 병원 신생아실에서 아이 면회를 기다리며 다시 만난 그 가족을은 우리 엄마에게 “우리애는 자연분만 했어요~”라며 자랑을 했다. 모난 내 마음은 “그래서 어쩌라고!!!”를 속으로 외쳤지만, 엄마는 그들에게 활짝 웃으며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넸다. 마음은 늘 너그럽게 엄마처럼. 착하게 살아야지.

자연분만이든 유도분만이든 제왕절개이든 어떠랴.
우리 아들이 이렇게 건강하게 우리에게 왔는데.

달아, 우리에게 와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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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 컨셉의 2018 스타벅스 밸런타인 MD가 나왔다.
미니멀리스트인 달맘은 흔들리지 않지만 알아주는 맥시멀리스트 토이몽이가 무작정 구매하고 선물해주었다. (아무래도 집으로 들고 가면 달이 할미한테 혼날까봐 맡겨두는 꼴이었지만.)
최소한의 살림. 그래서 티스푼과 포크도 딱 한세트만 있었는데 신랑과 둘이 쓰라고 커플 세트로 준다는데 (게다가 이렇게 사랑스러운데) 마다할 필요는 없잖아🙊
그렇지만 가격이 사악하다. 스푼 포크 한짝에 9,900원 이라니 😨


2018 스타벅스 밸런타인 MD 캣 스푼 포크세트 9,900원


동생사랑이 지극한 토이몽이가 새스푼으로 먹으라고 디저트도 함께 가져왔다. 무려 도레도레 케이크 두 쪽!왼쪽은 부끄러워케이크 오른쪽 딸기가득치즈케이크🍰달이를 가지고 나서부터 케이크,아이스크림 같은 디저트를 엄청 찾는다.🤤


도레도레 딸기가득치즈케이크 😋
생딸기와 부드러운 치즈가 부담스럽지 않아 앉은자리에서 한 쪽을 다 먹었다.



본의아니게 소박한 출산 전 마지막 만찬이 된 딸기가득치즈케이크와 신상 스벅밸런타인캣스푼

케이크 먹고 조금 있다가 아무래도 양수가 새는 것 같아 검사받으러 병원에 갔다가 바로 입원하게 되었다.
딸기가득치즈케이크는 너무 맛있었지만 (남들은 고기 먹고 간다는데에😭) 왠지 억울. 같이 온 부끄러워케이크는 금식걸려서 맛도 못보고 신랑에게 양보하게 되어 더 억울했다. 나중에 다시 사줘. 두개 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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